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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똥개봉사상 이야기2019-05-25 13:05

똥개봉사상 이야기 

방범대가 있는 동네에 목소리 큰 놈이 있다. 방범대는 주민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이 된다. 신입이나 승진, 특진 등은 규정에 따라 엄격하고 공정하게 한다. 어느 날 목소리 큰 놈이 방범대장에게 ‘내가 상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내가 주는 상을 받은 방범대원을 1계급 특진을 시키자’고 한다.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방범대장은 난색을 표했지만, 목소리 큰 놈은 행동대장을 보내 기어이 자기 의사를 관철시킨다. 일기장에는 설득했다고 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52년 전 이야기다. 상 이름은 ‘똥개봉사상’이다. 이런 식의 상은 ‘똥개봉사상’이 최초다. 한자어로는 원조(元祖), 효시(嚆矢)라고 하고 영어로는 오리지널(original)이라고 한다.

동네에 목소리 큰 놈이 어디 한 놈만 있겠는가. 10년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른 목소리 큰 나쁜 놈이 자신도 ‘또 하나의 가족’이라며 ‘견마지로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느냐’ 하는 통에 ‘견마지로상’도 만들어진다. 이 놈 저 놈 막 나서서 너도 나도 다 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왜 나만 안 되느냐’는 항의에 ‘진상봉사대상(1997)’, ‘사꾸라봉사상(2004)’, ‘교활대상(1983)’, ‘부끄러운 죄목상(2012)’ 등 온갖 상들이 막 생긴다. 상을 받은 사람은 돈도 받고 계급도 올라간다.

이러다 보니 상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명절 때면 목소리 큰 놈들에게 꼬박 꼬박 인사하고, 그림자만 봐도 설설 기며 눈치를 본다. 방범대장은 목소리 큰 놈이 백주대낮에 처녀를 희롱해도 못 본체 하고, 야단을 맞아가며 뒤처리까지 해준다.

여러 상이 만들어져 자기 몫이 줄어들자 원조 목소리 큰 놈은 상을 두 개 더 만든다. ‘왜국헌신상(2010)’과 ‘올레 꼰대상(2002)’이다. 



어느 날 한 뭉치의 유인물이 뿌려지고 동네 사람들은 ‘똥개봉사상’이란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웅성웅성 수군수군 모두가 크게 놀라 ‘세상에 무슨 이런 해괴한 일이 있느냐’고 방범대장에게 ‘똥개봉사상을 당장 없애라’고 한다. 옆 동네에서도 ‘그 동네 참 이상하다’, ‘그러고서 방범권력 더 달라고 하느냐’며 모두가 한 목소리로 ‘똥개봉사상을 없앨 것을 권유 합니다’라며 킥킥댄다.

주민 대표와 동네 사람들의 항의에 방범대장은 알겠다고 대답한다. 그러더니 “‘진상봉사대상’, ‘사꾸라봉사상’, ‘교활대상’, ‘왜국헌신상’ 등등 다른 상들도 많은 데 ‘똥개봉사상’만 없앨 수는 없다”고 한다. 앞뒤도 맞지 않는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원조가 아류를 핑계 삼는다. 올해도 첫 번째 목소리 큰 놈과 함께 ‘똥개봉사상’을 주고 상 받은 사람은 자동 1계급 특진을 시키겠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몇 년 전에 다른 방범대장은 똥개봉사상을 없앤 적이 있는데 왜 없애지 않느냐고 따지자, 방범대장은 ‘제도를 잘 개선을 해가지고 잘 하겠다’며 진짜 문제가 뭔지를 모르는지 아는지 자꾸 동문서답만 잘잘댄다. 첫 번째 목소리 큰 놈에게 ‘어떻게 할까요?’ 여쭈었다가 혼이 났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쯤 되니 방범대장 갈아치워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 이 칼럼은 수상 경찰관 1계급 자동 특진하는 조선머시기 언론사의 청룡머시기 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