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성명/칼럼
제목[성명] SBS와 민방 재허가 심사, 청문이 아니라 심문이 필요하다2020-12-07 13:18

SBS와 민방 재허가 심사, 청문이 아니라 심문이 필요하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지난 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지상파 재허가 심사 평가 결과에서 SBS는 재허가 기준인 650점에 미치지 못한 641점을 받았다. 며칠 전 발표된 2019년 방송평가에서도 SBS는 505점으로 중앙방송사 4개 채널 중 3위에 머물렀다.


심사세부 항목별로 점수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재허가 심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방송사는 바로 SBS였다. 지난 6월 1일 방통위는 SBS의 최대주주가 SBS미디어홀딩스에서 TY홀딩스라는 지주회사로 바뀌는 지배구조에 대한 변경심사를 실시했다. “홀딩스 위에 홀딩스”라는 이해할 수 없는 지배구조 변경은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 강화만 노리고 SBS의 공적 책임은 도외시한 꼼수였다. 


SBS 재허가 심사의 핵심은 방통위가 변경심사에서 부가한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SBS자회사-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 개편 등 경영계획을 마련하여 12월 1일까지 제출. 경영계획 수립시 SBS의 종사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제출할 것”이라는 조건의 이행여부다. 그러나 윤석민 회장과 TY홀딩스는 지난 6개월 가까이 종사자 대표와의 성실협의를 해태하다가 시한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마지못해 형식적인 대화에 나섰다. 그러나, 방통위가 요구한 경영 계획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버텨도 방통위가 뭘 어쩌겠냐는 오만함, 방송을 지배하는 것에만 관심을 둘 뿐, 어떻게 공적책임과 미래비전을 실현해 나갈지는 이들의 고려사항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대주주의 무소불위한 태도는 서울과 지역을 가릴 것 없이 방송계에 만연해 있다. 대주주들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는 한 지상파 민방에 대한 재허가 심사는 의미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심사의 마지막 단계인 청문에서 SBS 변경허가 조건 이행에 대한 대주주 책임을 물을 시간이 임박했다. 이 청문은 단지 SBS 대주주 뿐 아니라 방송에 대한 그 어떤 투자와 전략도 없는 10개 지역민방 대주주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신호가 되어야 한다. 민영 방송 재허가 심사의 핵심은 사주 지시로 면피성에 불과한 숫자와 계획을 나열한 재허가 사업 계획서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여러 차례 SBS의 미래와 법적 문제는 도외시하고 지배력 강화와 사익추구를위한 옥상옥 지주회사를 밀어부친 윤석민 회장의 행태가 공적 책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제왕적 사주권력이 주무르는 지상파와 종편 민영방송의 민낯임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그동안 TV조선, 채널A, MBN을 조건부 재승인하여 이러한 오만한 민방 사주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 왔다.

SBS에 대한 추가 청문 절차는 올해 방통위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민영방송의 사회적 책임, 소유와 경영의 분리,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종사자와의 성실한 협의 이행 여부는 사주에 대한 청문이 아니라 사실상의 심문을 통해 점검, 확인되어야 한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이번 SBS 재허가 여부를 판단할 청문이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지상파 및 종편 민영방송 사주를 향한 준엄하고 강력한 경고인 동시에 실질적 책임을 묻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방통위의 엄정한 심문을 요구한다.


2020년 12월 7일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참여 방송법 쟁취를 위한 시민행동(방송독립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