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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언론이 흉기로 바뀌었습니다. -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자유언론실천재단을 탈퇴하며2021-08-25 16:54
첨부파일언론소비자주권행동 성명서 2021-1.hwp (16.5KB)


언론이 흉기로 바뀌었습니다

 

-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자유언론실천재단을 탈퇴하며 -

 

암울했던 군사독재시절,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고 외치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면서 탄압받던 일부 언론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1987년 시민혁명이 낳은 헌법에는 언론의 자유가 강조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세월이 흘러 자본권력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고, 강한 대통령들의 시대가 지나가자 언론은 새 권력자로 등극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회의 덕망 있는 인사들까지 무참히 공격하는 흉기가 되었습니다.


고인이 된 박원순 시장 사건은 그의 과오’(?)에 대한 진실의 판명과는 무관하게, 언론이 가진 폭로의 권력이 극대화된 사례입니다. 30년 전 시민들이 만든 민주진보를 대변하는 신문조차 이 권력의 함정에 빠져 우리의 정신적 동지를 무참히 살상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 모순을 보고 우리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조국 전장관의 가족에 대한 폭압도, 언론들의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과 검언유착의 뿌리 깊은 행태가 아니라면 성립될 수 없는 만행입니다. 마치 군사독재를 방불케 합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이 현실은 도대체 누가 조장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폭력을 방치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유약함은 개탄할 일입니다. 제때 결단하지 못한 후유증입니다. 하지만 촛불혁명이 선출한 정권입니다. 그 미진한 부분은 우리 국민이 채워나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이 직접 의제를 공론화하는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언론이야말로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정보 편식이 보편화된 SNS시대는 진실과 다르거나 악의적인 정보를 흘리는 그 자체로 권력행위가 성립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은 때가 중요합니다. 때를 놓친 결정은 아무리 좋은 결정이라도 집단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줍니다. 반면 제 때 내린 결정은 설익었다는 우려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기여합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결정이라고 판명되는 순간 그 길로 가면 안 된다는 확실한 정보가 각인되므로 더 나은 선택으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중하고 느린 의사결정은, 잘못된 것일 경우 집단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일찌감치 독일과 싱가포르에서는 이러한 질 나쁜 언론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했고, 우리 국회도 이 문제가 부각되어 정치권에서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담론을 전개했습니다. 일찍이 2014년에 여야의원 모두 필요성을 절감하여 2015년에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제시되었고, 2016년에 개정안이 홍보물로 발행된 바 있습니다. 이 정부가 들어선 2019년에도 이 주제로 국회에서 본격 토론이 있었습니다.


언론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약간의 관심만 있었어도, 이러한 자리에 참석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올바른 법안을 만들어 가는데 협력적인 과정을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졸속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충분한 숙려기간을 거쳐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쟁점들을 조율·정리하자는 표현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보류를 주장합니다. 걱정섞인 시선임을 알 수 있습니다만, 때를 놓치면 아무 일도 이룰 수 없습니다. 행여 개정한 후 잘못된 것이 나오면 다시 바로잡으면 됩니다. 국회는 계속 열립니다.


일찍이 군사독재치하에서 투쟁하며 언론의 자유를 쟁취했던 자유언론실천재단의 구성원은 존경할만한 분들입니다. 2008년 출범한 우리 언론소비자주권행동도 2013년에 이 재단이 출범할 때 기꺼이 이사로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작금에 이르러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언론의 자유흉기로 변모해온 흐름을 제대로 포착해내는지는 의문입니다. 최소한 언론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일을 해온 우리 단체와는 지향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은 이제 자유언론실천재단과 결별을 선언하려고 합니다. 결별한 후, 비대해지고 흉기화되고 있는 이 언론권력들의 작태를 직시하고 이를 바로잡는 일에 보다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 소식을 강호제현께 알립니다.



2021825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김종학,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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