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성명/칼럼
제목[칼럼] 거기 사람이 있는가2019-09-27 16:47

거기 사람이 있는가


정치와 공개 토론은 운동 경기가 아니다. 운동 경기는 규칙에 따라 상대방과 겨루지만 정치와 공개토론은 전체 사람을 상대한다. 사람을 상대하면서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이 어찌 사람을 이기겠는가. 사람을 가두고 죽일 수는 있겠지만 이길 수는 없다.
 

이승만은 왜 쫓겨났는가, 박정희는 왜 총을 맞았는가. 전두환은 왜 사형을 선고받았는가. 이명박은 왜 감옥을 가는가. 박근혜는 왜 탄핵을 당했는가. 처음부터 없었거나 어느 순간 사라졌든지 그들의 정치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4대강을 바라보는 이명박의 눈길,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박근혜의 태도 그 어디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 사라진 상황, 생명체는 이런 상황에 놓이면 본능적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불안과 공포의 상태는 그 속성상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미쳐버리거나 맞서서 제거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두려움은 용기의 근원이다. 사람들은 미치기보다 용기를 내어 맞섰고 그렇게 불안과 두려움을 제거해 온 발걸음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다. 한 발 한 발 나아갈 때 마다 불안과 두려움은 용기와 자신감으로 채워져 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그의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여중생의 일기와 폰에서 70여곳 압수수색까지 시공을 초월하여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검찰이 생긴 이래 이 정도의 의혹에 이런 수사는 아니 검찰 수사 역사를 통틀어 전무하다고 한다. 범죄의 의혹이 있으면 법에 정해진 대로 수사를 하고 죄가 밝혀지면 사법 절차에 따라 처벌을 한다. 그런데 법이란 것이 무엇인가? 법은 왜 생겨났나? 그 중심에는 죄와 벌이 아닌 사람이 있다. 인간 사회의 모든 제도와 장치, 규율은 모두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중심에서 사람이 사라질 때 그것들은 흉기가 된다. 그 집행자는 흉기를 휘두르는 자가 되는 것이다. 불안과 두려움을 일으키는 제거해야 할 위험요소가 된다.


윤석열 검찰의 수사는 정부의 법집행기관으로서의 행정을 넘어 이미 정치가 되었다. 윤석열의 정치에는 과연 사람이 있는가. 조국은 어떤가. 금수저로 태어나 자식도 금수저로 키워 온 기득권계의 사람, 그와 그의 가족은 우리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50여일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언론과 검찰이 관심 밖의 혹은 비난의 대상이던 그를 남편, 아빠로 만들어 사람들 속으로 떠밀었다.


정치인과 언론인들, 당신들은 정치와 언론에서 사람을 버렸다. 이제 정치와 언론은 당신들의 것이 아니다. 촛불의 계절 시월, 사람들이 사라진 사람을 찾아 거리로 나선다. 거기 사람이 있는가.